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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 가족 관계 심리학 (애착유형, 데이트폭력)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우리에게 가장 큰 행복을 주지만, 동시에 가장 깊은 상처를 남기기도 합니다. 김경일 교수는 연인과 가족이라는 친밀한 관계 속에서 우리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심리학적 원리들을 제시합니다. 애착유형을 통해 관계의 패턴을 읽어내고, 건강한 경계를 설정하며,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숨겨진 비합리적 신념을 깨뜨리는 방법까지, 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통찰을 살펴봅니다.

애착유형으로 읽는 관계의 지도
애착은 기본적으로 공존의 소망이며, 누군가와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내는 마음을 의미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애착유형을 최소한 네 가지로 분류하는데, 이는 자기와 타인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구성됩니다.
첫 번째 안정형은 자기 긍정과 타인 긍정의 구조를 가집니다. 자기도 믿고 타인도 믿기 때문에 관계를 만들어가는 데 가장 유리한 유형입니다. 안정형인 사람들은 유아 시절 부모가 잠시 자리를 비워도 낯선 사람과 어느 정도 지낼 수 있으며, 부모가 돌아오면 반가워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들은 대인관계가 어렵지 않고 상대방에게도 신뢰를 보여주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쉽습니다.
두 번째 회피형은 자기 긍정, 타인 부정의 특성을 보입니다. 오로지 믿을 건 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는 유형으로, 어린 시절 방치와 방임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이루어진 경우 주로 형성됩니다. 부모의 무관심과 방치가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 아이는 다른 사람들은 믿을 수 없다는 강한 불신을 만들어냅니다. 회피형은 연애를 하더라도 썸만 타는 경우가 많고, 이별할 때도 상대방과의 대화를 시도하지 않는 이른바 잠수 이별을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세 번째 불안형은 회피형과 반대로 자기부정, 타인 긍정의 구조입니다. 자기를 잘 못 믿고 타인은 굉장히 믿기 때문에 상대방에게 의존하는 성향이 강합니다. 어렸을 때 '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방식의 양육을 받은 경우가 많으며, 끊임없이 다가가고 갈구해야만 일이 이루어졌던 경험이 이런 유형을 만듭니다. 불안형인 분들은 안정을 못 견디며, 불타는 사랑과 가슴 찢어지는 사랑을 해야만 사랑이라고 느낍니다.
네 번째 혼란형은 자기와 타인 모두를 부정하는 유형입니다. 이는 방임이나 방치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어렸을 때 학대를 받은 경우에만 해당됩니다. 김경일 교수는 자녀 학대를 인류가 저지를 수 있는 가장 악한 범죄 중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학대받은 경험은 '내가 학대받을 만한 아이'라는 자기 부정과 '고통을 주는 사람은 사라졌으면 좋겠다'는 타인 부정을 동시에 만들어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회피형과 불안형이 서로를 찾아 만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는 것입니다. 한쪽은 끊임없이 도망가고 한쪽은 쫓아가는 관계가 형성되며, 회피형은 불안형에 의해 발견되고 불안형은 회피형을 찾습니다. 이런 조합은 양쪽 모두를 지치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어냅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러한 애착유형이 후천적으로 변화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안정형인 사람을 만나 양쪽이 노력하고 배려하는 과정에서 안정형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비평처럼 애착유형을 '낙인'이 아닌 관계의 지도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회피형을 단순히 '잠수이별'이나 '어장관리'로 연결하는 것은 과도한 일반화일 수 있으며, 애착은 상황과 관계 경험에 따라 가변적입니다. 의사소통 능력, 경계 설정, 치료 경험 등이 유형보다 더 큰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혼란형에 대한 서술도 안전을 강조하려는 의도는 이해되지만, 당사자에게는 낙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데이트폭력 예방과 바람피우는 심리
데이트 폭력은 그냥 폭력입니다. 사귀는 동안 상대방의 폭력성을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경일 교수는 구체적인 신호들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는 사람이 최선을 다할 수 없는 상황에 있을 때를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제 막 잠에서 깼을 때, 지쳐 있을 때, 졸릴 때, 배고플 때 등 신체적으로 최상의 상황이 아닐 때 평상시와 다른 모습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많이 나타난다면 의심해봐야 합니다. 두 번째는 자기의 요구가 거절당했을 때의 반응입니다. 음식점에서 서비스를 요구했는데 안 된다고 했을 때, 추가적인 무언가를 요구했는데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을 때, 즉 사소하게라도 자기의 요구나 욕구가 좌절됐을 때의 행동이 이별을 통보받았을 때 어떤 행동을 할지에 대한 실마리가 됩니다.
바람피우는 사람들의 심리적 기제도 흥미롭습니다. 많은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바람을 피우는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과 원하는 것 사이에서 원하는 것만 추구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좋아한다는 것은 그 존재와 오래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고, 원하는 것은 그 대상이 없으면 못 견디는 마음입니다. 이상적으로는 두 가지가 같은 대상에 다 부여되어야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좋아하는 것은 거의 없고 오로지 내 앞에 없거나 나한테 없으면 못 견디는 원트만 가진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가 풍선을 사달라고 난리 치다가 사주면 조금 있다 팔 아프다고 손을 놓는 것처럼, 바람기도 매우 비슷합니다. 좋아하지 않는데 나한테 없는 게 싫은 것입니다.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는 그토록 간절히 원하지만 내 손에 들어오고 난 다음에는 그냥 놔버립니다. 라이크는 접근 동기가 만들어내고, 원트는 회피 동기가 만들어냅니다. 실제로 바람피우는 사람들은 접근 동기보다 회피 동기가 훨씬 더 강한 사람들이며, 다만 방법을 접근하는 방법을 쓸 뿐입니다.
나쁜 사람인 걸 알면서도 헤어지지 못하는 이유는 대안이 없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넓고 이성은 많습니다. 나쁜 사람들이 주로 타깃으로 삼는 사람들의 특징은 공감 능력이 높고, 타인을 도와주려 하는 성향이 강하며, 심지어 성실하고 지적인 능력도 뛰어나지만, 마지막으로 자기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이 마지막 다섯 번째에서 차이가 발생합니다.
나 자신을 좋아하려면 작은 것들이라도 늘 도전하고 성취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김경일 교수는 생전 처음 비빔국수를 만들었더니 한 일주일을 전 세계 셰프들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과거의 자신보다 한 단계 성장했기 때문입니다. 늘 작은 것이라도 도전하고 성취하는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아 보이고, 나쁜 사람들은 그 자존감을 보고 타깃 리스트에서 제외합니다. 착하고 성실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나를 존중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존중감은 자산과 부가 아니라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옵니다.
부모자식관계와 가족이라는 타인
100년도 더 전에 독일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 신부가 한국에 와서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는 무성 영화 필름을 제작하면서 특별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바로 '아이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나라'라는 표현이었습니다. 늘 아이를 안아주고 업는 나라. 20세기 후반 연구들은 이것이 애착을 만들어낸다고 설명합니다. 그 어떤 문화보다도 아이를 많이 만지고 안아주는 한국의 부모 자식 관계가 그 어떤 문화보다도 애착이 많이 형성되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유난히 가족에게 참지 못하고 화를 잘 내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족에게 참지 못하는 게 아니라 결국 나한테 화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동일시하기 때문입니다. 운전 잘하고 싶은데 잘 못하면 화가 나고, 공부 잘하고 싶은데 잘 못하면 화가 나듯이, 운전을 요리를 내 가족에게 가르칠 때 짜증이 제일 많이 납니다. 김경일 교수는 아내에게 운전을 가르쳐주다 두 번 이혼할 뻔했다고 고백합니다. '나는 잘하는데 너는 왜 못 하니?'라는 비합리적 신념이 문제의 핵심입니다. 우리 모두는 가족이기 때문에 동일하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분명히 다릅니다. 다른 것이 정상입니다.
김경일 교수의 부산 여행 사례는 이를 명쾌하게 보여줍니다. 16년간 대전 가기 전에 싸웠던 이유는 교수는 옥천 휴게소에서 우동을 먹고 싶었고, 아내는 금강 휴게소에서 사진을 찍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해결책은 간단했습니다. 교수는 비행기를 타고, 아내는 KTX를 타고, 딸 둘은 고속버스를 타고 부산역 앞에서 만난 것입니다. 16년 만에 처음으로 부산에 도착했는데 아무 문제없고 심지어 반가웠습니다. 가족은 타인입니다. 가족은 늘 모든 걸 함께하고 같은 결론에 도달하고 같은 과정을 거친다는 것은 비합리적 신념입니다.
부모의 영향력과 관련해서도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부모는 자기의 영향력이 굉장히 강할 때 자기의 역할을 과소평가하고, 자기의 역할이 이제 크지 않을 때 자기의 행위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는 부모가 타고난 자녀의 성격의 장점을 더 잘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습니다.
출처
EBSCulture (EBS 교양)
https://www.youtube.com/watch?v=u_pzHJHrqQc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