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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은 평균수명 100세 시대를 앞두고도 여전히 나이 드는 것을 두려워합니다. 하지만 심리학 연구는 나이 들수록 오히려 향상되는 능력이 많다고 말합니다. 중요한 것은 퇴화가 아니라 태도입니다. 김경일 교수의 강연을 바탕으로, 나이와 함께 진정으로 성장하는 방법을 탐구합니다.

 

 

심리적 성숙

 

나이 들수록 깊어지는 심리적 성숙, 그러나 순위는 유지된다

독일의 한 연구는 속물근성과 과소비 성향을 20대 초중반부터 추적 관찰했습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속물근성의 절댓값은 감소했지만, 참가자들 간의 순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20대에 40위였던 사람은 70대가 되어도 여전히 40위를 유지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나이 듦 자체가 자동으로 성숙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김경일 교수는 "헛살았다", "나이 헛먹었다"는 표현의 이면을 분석합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점은 20대, 30대 어느 시점부터 더 이상 고민을 멈췄다는 것입니다. "검은 머리 가진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라는 신념을 30대에 형성한 후, 그 이후 수십 년간 그 신념에 부합하지 않는 경험들을 모두 저장하지 않고 버렸습니다. 생각이 정교해지지 않은 것입니다.
반면 성숙한 사람은 같은 신념을 가졌더라도 계속 수정합니다. "내가 강할 때만 나에게 아첨하는 검은 머리 가진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다" 혹은 "착한데 약자일 경우에 특히나 하대하는 사람은 절대로 신뢰하면 안 된다"처럼 조건과 맥락을 붙여 정교하게 만들어 갑니다.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이 복잡해지고 정교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숙입니다.
최근 서점가에는 "방황하는 40대를 위한", "혼란스러운 50대를 위한" 지침서가 넘쳐납니다. 이는 공자가 말한 불혹지천명이순과 완전히 배치되는 현상입니다. 35만 년 동안 현생 인류가 쌓아온 연륜의 사이클이 더 이상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증거입니다. 1970년 당시 기대수명은 50대 중반이었지만, 1970년생이 55세가 된 지금 대부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 세대가 110세에서 130세까지 살 것으로 예측합니다. 이는 무려 100년의 노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성장의 시간보다 노화의 시간이 압도적으로 긴 인간에게,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매뉴얼은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나는 아직도 배워야 할 게 많다"는 생각을 끊임없이 유지해야 합니다.
사용자 비평이 지적한 대로, "성장은 멈추는 순간 아집이 된다"는 경고는 매우 설득력 있습니다. 나이와 함께 자동으로 성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경험을 저장하고 판단을 정교하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주름이 생기는 것은 받아들여야 하지만, 주름 때문에 자신이 쓸모없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기억력 저하의 오해와 간섭 현상의 진실

많은 사람이 나이 들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밀하게 뇌를 촬영하며 실험한 결과, 실제 뇌의 노화로 인한 기억력 저하보다 주관적으로 느끼는 기억력 저하가 더 심하다는 것이 밝혀졌습니다. 즉 뇌가 안 좋아진 것보다 "내 기억력이 예전 같지 않아"라고 생각하는 정도가 더 크다는 것입니다.
이는 간섭 현상으로 설명됩니다. 초임교사는 제자의 이름을 아주 잘 기억합니다. 제자라는 데이터베이스에 영인이 한 명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30년 경력의 교사는 영인이라는 이름의 제자가 20명이나 있습니다. 어느 날 전화가 와서 "선생님 저 영인이에요"라고 하면 기억이 안 납니다. 이는 기억이 없어진 게 아니라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수십 명의 영인들이 서로 밀치면서 간섭이 일어나 아무도 나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머리에 너무 많은 것이 들어가 있어서 생기는 현상입니다.
인지심리학자들은 농담처럼 이렇게 말합니다. "60대나 70대가 됐는데도 기억력에 문제가 없는 분은 머리에 든 게 없는 분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느끼는 것은 그만큼 많은 경험과 지식을 축적했다는 증거일 수 있습니다. 위축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인지심리학자들이 연구한 원장 수녀님 사례는 더욱 놀랍습니다. 가장 지혜롭고 활동력 있던 원장 수녀님이 급작스러운 질병으로 사망한 후 부검을 해보니, 그분의 뇌는 후기 알츠하이머, 즉 치매가 굉장히 길게 진행된 상태였습니다. 치매가 온 지 한참 됐는데도 연구진이 감탄할 만큼 지혜롭고 현명한 판단을 하셨던 것입니다. 뇌를 어떻게 쓰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증거입니다.
그 원장 수녀님은 무엇을 하셨을까요? 내년의 예산, 후년의 후원금, 3년 후 수녀원의 설비에 대한 예측입니다. 즉 미래를 늘 생각하고 이야기하셨다는 것입니다. 『호모프로스펙터스: 전망하는 인간』이라는 책에서는 인간만이 먼 미래를 생각한다고 말합니다. 인간 다음으로 지능지수가 높은 오랑우탄, 고릴라, 보노보, 침팬지도 10년 후는커녕 1년 후도 고민하지 않습니다. 가장 미래 지향적이어야 하는 것이 중년과 노년입니다.
간섭 현상에서 벗어나는 방법도 있습니다. 담임교사와 같은 나이의 학교 지킴이 보안관 선생님은 전교생의 이름을 다 기억합니다. 은퇴 전 직업이 경찰관이나 소방관이었던 보안관 선생님의 데이터베이스에는 범죄자 이름 수천 개가 있지만, 요즘 초등학생 이름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간섭 현상에서 벗어난 것입니다. 한 보안관 선생님은 김경일 교수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교수님, 학교에 오니까 기억력이 좋아졌어요." 과거와 다른 경험을 하면 간섭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사용자 비평처럼, 기억력 저하는 '퇴화'보다 '간섭'일 수 있다는 설명은 현실적이고 위안이 됩니다. 다만 기대수명 110~130세, 70대가 돼야 플러스·마이너스를 정확히 합산한다는 수치는 근거가 생략돼 다소 과장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핵심은 명확합니다. 안 해본 일, 안 만난 사람, 안 가본 곳을 계속 경험하는 것이 퇴화하고 있다고 여겨지는 인지 기능을 보완하고 심지어 성장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입니다.

세상을 확장하는 태도가 만드는 지혜로운 노년

하버드 대학의 엘렌 랭어 교수는 1980년대에 기념비적인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70세가 넘은 노인들을 오하이오주의 한 별장에 데려가 외부와의 소통을 차단하고, 20년 전으로 되돌리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별장 안에서는 마론 브란도의 새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20년 전의 음악과 신문을 접하도록 했습니다. 단 2주 후 어르신들의 생체 지수를 측정한 결과, 거의 20년 전으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이 연구는 처음에 받아들이기 힘들었지만, 많은 연구자가 반복 실험을 한 결과 효과가 더 잘 나오는 경우도 비일비재했습니다. 이 연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라는 것이 아닙니다. 늙는다는 사실을 퇴화와 동일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약해진다는 사실과 동일시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나이 들어가면서도 건강하고 행복하며 지혜로운 선배들은 공통적으로 이런 말을 합니다. "50대가 딱 좋아, 빨리 와." 그리고 60대가 되면 또 "60대가 딱 좋아"라고 말합니다. 이는 지금 이 시점을 훨씬 더 재밌고 즐겁게 즐겨야만 10년 후, 20년 후, 30년 후도 마찬가지로 그만큼 활동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는 70세에 자기 자식보다 어린 앤 해서웨이가 대표로 있는 회사에 인턴으로 첫 출근합니다. 주위의 동배 친구들이 "왜 굳이 그런 곳까지 가느냐"며 말렸지만, 로버트 드니로는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그는 영화에서 가장 오래 살고 건강한 사람이 됩니다. 나이 들수록 지혜로워지는 사람의 태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굳이 뭘 그걸 하느냐"라고 가리지 않고, 계속해서 안 해본 일을 하고 안 만난 사람을 만나며, 안 본 곳을 보는 확장적인 자세를 유지합니다.
정신과 건강은 같은 건전지를 사용합니다. 몸이 아프면 정신이 건강할 수 없지만, 반대로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 때문에 고통받을 때 몸 다쳤을 때의 뇌와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이 뇌과학의 결론입니다. 우리 뇌에서 육체적 고통을 담당하는 영역이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도 비슷하게 활동합니다. 몸 다쳤을 때 진통제가 효과 있듯이,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 진통제를 먹으면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이는 사람 때문에 고통스러울 때는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 몸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교통사고 당한 것처럼 잘 먹고 잘 자고 혈액순환이 잘 되게 몸을 푸는 것이 진짜 회복 탄력성입니다. 이를 '사이콜로지컬 CPR', 즉 심리적 심폐 소생술이라고 부르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사용자 비평처럼, 엘렌 랭어의 실험은 흥미롭지만 조건, 표본, 재현성 논쟁을 함께 언급하면 더 균형 잡혔을 것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2 - 심리학 

https://www.youtube.com/watch?v=IkFI_z6gQj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