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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를 곧 실패로 받아들이고, 스스로에게 지나친 기준을 상정하며, 타인의 평가에 과도하게 민감한 완벽주의는 현대인의 보편적 고민입니다. 특히 한국 사회에서 완벽주의적 경향성은 1989년부터 2016년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밀레니얼 세대의 자기 계발 노력은 그 어느 세대보다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완벽주의가 수치심과 죄책감 같은 자의식 정서와 결합될 때, 우울과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학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실수와 실패를 구분하지 못하는 완벽주의의 여섯 가지 요인
완벽주의를 유발하는 첫 번째 요인은 실수를 곧 실패로 여기는 사고방식입니다. 완벽주의적인 사람들은 사소한 실수에도 자기 자신에 대한 평가와 평판이 추락할까 봐 염려하며, 그 실수를 인생의 큰 오점인 것처럼 평가합니다. 흥미롭게도 다른 사람의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하면서도, 자신에게는 가혹한 잣대를 들이댑니다. 두 번째 요인은 스스로에 대해 지나친 기준을 상정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은 개인적인 기준을 신경 쓰지 않으면서도, 유독 자신에게만큼은 외모, 수행 능력, 대인관계 등 모든 영역에서 너무나 높은 기준을 설정합니다. 대학생 상담 사례를 보면, 실제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학점을 받고도 본인은 흡족하지 않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 번째 요인은 지각된 부모의 기대입니다. 실제 부모가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자녀들은 '내가 이 집안을 이끌어야 한다'는 독특한 책임감을 가집니다. 특히 맏이나 둘째 사이에 껴 있는 둘째들이 이런 경향을 보입니다. 상담 과정에서 부모의 기대를 과잉하게 지각하고 있었다는 깨달음을 얻을 때 균열이 생기고 숨구멍이 트이기도 합니다. 부모의 기대는 부모 본인들의 역사에 기반한 의사 결정이며, 성인 대 성인으로서 어느 순간 분리해 나가야 합니다. 네 번째 요인은 부모가 지나치게 자녀에게 비판을 하는 경우입니다. 가정은 최후의 안전 기지가 되어야 하는데, 부모가 '세상에 나가면 혹독한 평가에 시달릴 테니 미리 예방 주사를 맞혀 놓자'는 생각으로 집에서 미리 평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세상에 나가면 많이 힘들기 때문에, 집에서는 아이를 보호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다섯 번째 요인은 내 행위에 대한 의심입니다. 과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내가 이걸 잘하고 있나?'라는 의심이 드는 것으로, 심리 검사를 할 때에도 자꾸 답을 수정하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머릿속에 굉장히 많은 불안을 갖고 있으며, 불안에 몰입해 있는 동안은 실제 행동을 시도하지 않아도 된다고 뇌가 착각합니다. 여섯 번째 요인은 체계 혹은 순서를 강조하는 특성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체계가 본인이 생각해 놓은 체계를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며, 규칙에 얽매어 있고 경직되어 있어 유연성이나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을 좋아하지만,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속담은 싫어합니다. 안 두들겨 봐도 되는 돌다리들이 있고,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잃어버리는 것입니다.
자의식 정서와 전대상 피질의 관계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염려를 심리학에서는 공적 자의식이라고 합니다. 이 공적 자의식은 나에 대한 평가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감정도 뒤따르게 되는데, 이를 자의식 정서라고 부릅니다. 자의식 정서에는 수치심, 죄책감, 당혹감, 질투, 자부심 등이 포함됩니다. 한국 사회는 부정적인 자의식 정서를 자꾸 건드리는 환경입니다. 특히 내향인들은 부정적인 피드백에 더 빨리 움직이고 칭찬에 덜 반응하는데, 한국인들 중 내향형이 많다 보니 비판하면 행동을 빠릿빠릿하게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내향형 사람들은 혼을 더 많이 나게 되고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합니다.
2017년 연구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완벽주의적 경향성과 관련된 특정한 뇌 패턴을 발견했습니다. 전대상 피질의 부피가 유독 증가되어 있는 사람들이 완벽주의적 경향성이 높았으며, 특히 본인 행위에 대한 의심이 높았습니다. 전대상 피질은 원래 다른 사람의 평판에 민감하게 하고 실수를 줄이게끔 만드는 영역으로, 눈치를 보게 하는 피질입니다. 눈치를 본다는 것은 굉장히 좋은 사회적 기술이지만, 이 영역의 부피가 증가한 사람들은 자기 행동과 의사 결정에 대해 한 번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자꾸 의심하며, 우울이나 불안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다른 연구를 보면, 일을 하다가 내 기준에 못 미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괜찮지만, 그것 때문에 다른 사람들한테 비판받을 것 같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부정적인 완벽주의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전대상 피질을 포함한 전체 내측 전두엽에서 과도한 활성화를 보이며, 본인이 실수했다고 느낄 때마다 경고 사인을 자꾸 보냅니다. 넘어가도 되는 실수에 뇌가 과도하게 사인을 보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뇌의 특징을 보이는 사람들은 실수한 것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에 이후의 수행이 점차 느려집니다. 새로운 과제가 나오면 거기에 집중해야 하는데, 실수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아 반응 속도가 느려지는 것입니다.
1997년에 발표된 '완벽주의, 자의식, 불안'이라는 연구는 여러 연구 데이터를 모아 통계적으로 분석했습니다. 완벽주의적인 생각들, 본인이 생각해 놓은 기준, 다른 사람의 평가에 민감한 특성들을 통계적으로 제거하면, 수치심이나 죄책감 같은 자의식 정서가 있든 없든 우울이나 불안으로 덜 간다는 결과를 보여주었습니다. 정서 수준에서 머무를 수 있고, 수치심을 경험하고 내려보낼 수 있으며, 죄책감을 경험했다가 떠나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서를 경험하고 있을 때 완벽주의적인 사고들이 개입되면, 정서에서만 머무르지 않고 오랫동안 지속되는 우울과 불안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래서 심리치료에서는 사고에 집중해서 다룹니다. '지금 마음속에서 무슨 생각이 지나갔나요?'라고 물으며, '나는 사랑받지 못할 사람이야',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야' 같은 당위적 명제들을 찾아냅니다.
충분히 괜찮음을 허락하는 삶의 태도
만성피로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사람들을 심리학적으로 연구해 보니, 이들이 실제로 완벽주의적인 자기비판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완벽주의적인 자기비판이 있다 보니 삶이 굉장히 짜증스러워지고, 매우 위험한 수준의 스트레스로 이어지며, 우울이나 자살 시도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내가 남들한테 어떻게 비칠까 하는 염려가 결국 몸에도 영향을 미치고 마음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프로이트 식으로 말하면 초자아가 너무 과도해져 있는 상태입니다. 이상적인 수준의 자아가 나의 지금을 내려다보며 '너 지금 굉장히 잘못 살고 있어'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이때 열등감, 죄책감, 수치심이 자꾸 자극됩니다.
정신질환의 유병률을 보면, 100명 중 한 명이 조현병, 100명 중 두 명이 조울병, 100명 중 10명 정도가 우울, 100명 중 10명에서 20명 정도가 불안 및 강박 장애를 겪습니다. 성격장애는 열 종류인데 하나당 100명에서 두 명에서 여섯 명 정도이며,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54명 중 한 명입니다. 2019년 초반 29개 대학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에서는 세 명 중 한 명이 정신질환 진단을 받을 정도의 임상 증상을 갖고 있었습니다. 정신질환은 이 정도로 흔합니다. 내가 지금까지 정신질환 진단을 받지 않았다면, 어마어마한 운을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혹은 정신질환을 진단받았다 해도 '그럴 수도 있구나' 정도로 생각하면 됩니다.
일에 실패했다, 대인관계에 실패했다, 양육에 실패했다, 투자에 실패했다고 해서 그것이 우리의 가치를 낮추지는 않습니다.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가치를 함부로 낮출 수 있겠습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습니다. 내 운이, 내 유전적인 조합이 나를 지금에 있게 했습니다. 이 교육 프로그램을 보고자 하는 동기와 이해할 수 있는 인지적 자원은 유전적인 조합이 우연히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내 운에 감사하고, 한편으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되, 그에 앞서 일단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가 행복해져야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지 알게 될 테니까요.
가장 순진하고 가장 기쁘게 만드는 행복의 목록들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혼자 영화를 보는 것, 나만의 글을 쓰는 것, 맛있는 커피를 찾아 나서는 것, 맛있는 맥주를 찾아 나서는 것, 가만히 있어도 편안한 사람을 찾는 것, 시시덕거리는 농담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것, 지나가는 사람을 가만히 관찰하고 있는 것. 그 어떤 완벽주의도 개입할 여지를 주지 마십시오. 멍 때리는 과정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상당히 많이 나옵니다. 조금이라도 아무 자극 없이 자신을 가만히 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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