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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불안은 겉으로 비슷해 보이지만 에너지의 측면에서 분명히 다릅니다. 우울은 에너지가 떨어진 가뭄 같은 상태이고, 불안은 에너지가 갈피를 못 잡고 요동치는 풍랑 같은 상태입니다. 이 둘을 정확히 구분하고 대처하는 방법을 알면, 심리적 어려움을 성장의 기회로 바꿀 수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불안을 루틴으로 관리하는 법, 완벽주의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 그리고 우울에 작은 스파크를 주는 실천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루틴 활용으로 불안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불안은 인간이 가장 싫어하는 감정입니다. 불안할 때 맞으면 진짜 아프고, 불안할 때 외로우면 지구상에 나밖에 없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낍니다. 불안할 때 심심하면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됩니다. 즉 불안은 이후에 경험하는 안 좋은 감정을 극대화하는 증폭기 역할을 합니다. 학교에서 채벌을 받던 시절을 예로 들면, 맨 마지막에 맞는 학생이 물리적으로는 가장 약한 힘을 받지만 심리적으로는 가장 아파합니다. 앞에서 90번의 비명 소리를 들으며 불안이 극도로 높아졌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불안은 불확실하고 모호한 상황에서 극대화되며, 인간은 본능적으로 확실하고 구체적인 것을 선호합니다.
그러나 불안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우리는 불안을 잘 사용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실제로 우리는 불안해야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내일 시험인데 평온하다면 시험공부를 할 리 없습니다. 적정 수준의 불안은 합리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문제는 극도의 불안이나 불안의 부재가 아니라, 불안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능력입니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이 바로 루틴입니다. 100점짜리 행동 한 번보다 10점짜리 행동 열 번이 더 낫습니다.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있다면, 하루에도 구간을 여러 번 잘라서 조금씩 여러 번 준비해야 합니다. 뇌는 이를 통해 '이건 계속해서 해야 되는 행동이다'라고 인식하고 단기적임에도 루틴을 만들어냅니다. 준비 상태는 유지하되 과도한 불안은 만들지 않는 것입니다.
위대한 스포츠맨과 성공한 기업가의 엄청난 업적은 대부분 루틴에서 나왔습니다. 불안할 때마다 마중물이 되는 작은 행동을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동전을 던져 앞면이 나오면 컴퓨터 폴더, 뒷면이 나오면 드라이브 하나를 정해 정리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웰거드 폴슨이 돼 있다는 생각이 마음을 진정시킵니다. 중요한 것은 폴더 대청소나 책상업 대정리가 아니라, 작게 범위를 설정해서 확실하게 해치우는 과정입니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월드컵 경기를 앞두고 작은 축구 미니 게임을 하는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불안을 루틴으로 관리하는 능력은 불안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생산적인 준비 상태로 전환하는 기술입니다.
완벽주의 탈출을 위한 협업과 작은 질문의 힘
불안도가 높다는 것은 사실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오늘 강의를 하면서 전혀 불안하지 않다면, 낮은 기준(최소한 불안이란 단어만 이해시키자)을 가진 것입니다. 반대로 높은 기준(불안을 잘 이해하고 대처법을 익히며 불안한 사람의 장점까지 통찰하게 하자)을 가지면 당연히 불안합니다. 즉 불안한 정도가 높다는 것은 기준치가 높다는 의미입니다. 그 분야에 기준이 높은 사람을 우리는 적성이 있는 사람, 재능이 있는 사람,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음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 웬만해서 만족을 잘 안 하고, 음악에 재능 있는 사람이 악기를 만질 때 조금만 이상해도 더 많이 불안해하는 것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도 모든 순간에 매번 모든 영역에 대해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유난히 내가 불안한 영역과 시점이 있다면, 거기서 더 열심히 하고 노력을 발휘할 때 오히려 훨씬 더 좋은 기회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항상 강점이 약점이고 영량이 외로움을 만들며, 그 사람이 가장 힘들어하는 곳에 잠재력이 숨어 있는 동전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불안을 잘못 관리하면 완벽주의라는 왜곡된 형태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완벽주의는 일을 완벽하게 해내려는 마음이 아니라, '이건 오로지 나만의 힘으로 다 한 거야'라는 고립된 사고방식입니다. 협업, 조언, 도움을 통한 문제 해결을 무의미하게 여기는 외롭고 편협한 생각입니다.
완벽주의는 무언가를 잘못했을 때 과도한 처벌이나 질책, 비난을 받은 경험에서 만들어집니다. 적정 수준의 처벌과 항의가 아닌, 감당이 안 될 정도의 큰 항의나 처벌을 받으면 심리적 완벽주의 함정에 빠집니다. 그러면 실수를 줄이는 방법을 상의하지 않고, 다른 사람에게 묻지 못하고 조언을 구하지 못하는 상태가 됩니다. 이미 상당 부분 진척된 완벽주의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브 앤 테이크의 원리를 활용해야 합니다. 내가 무언가를 묻지 못하고 도움받지 못하는 성격이라면,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행동을 먼저 해야 합니다. 나한테 도움받은 사람들에게는 마음이 잘 열려서 의외의 질문을 하게 되고, 그 질문이 마중물이 되어 다양한 질문과 대화를 다른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작은 습관의 출발점이 됩니다. 심리적 완벽주의와 심리적 자포자기, 이 두 극단이 아닌 중용의 길을 균형 잡으면서 걸어가는 것이 불안을 건강하게 관리하는 핵심입니다.
작은 스파크로 우울의 취약 상태에서 벗어나기
우리나라에서는 우울증 환자가 100만 명의 시대가 왔습니다. 진단받은 분들이 이 정도니 실제로는 훨씬 더 많습니다. 심리학자들도 꽤 우울증을 겪고 있으며,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반드시 아주 심각한 우울을 최소 몇 번 이상 경험합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거나 속상해하지 않아야 합니다. 우울하다는 것은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무언가 할 의욕이 안 생기는 상태입니다. 우울감과 우울증은 다릅니다. 우울증은 부적응적인 증세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경제 활동을 해야 살아갈 수 있는데 우울감이 너무 심하고 오래 지속되어 직장에 출근도 못하고 학교에 가지도 못하며 집 관리도 안 되는 다양한 부적응적 증세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우울은 내가 못났기 때문이 아니라, 우울에 취약한 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에 잘 걸린 사람이 못난 사람이나 바보 같은 사람이 아니라 면역력이 떨어져서 감염에 취약한 상태였던 것처럼, 우울증 환자라는 표현보다 우울에 취약한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있는 분들로 이해해야 합니다. 어떤 분들이 우울에 취약할까요? 외로운 분들, 신체 능력이 떨어진 분들, 그리고 내가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있다는 부정적인 결과 관찰까지 이루어지면 나쁜 의미의 삼위일체가 완성됩니다. 현실과 생각의 괴리가 클수록 우울감이 오기 쉽습니다. 그래서 현실과 생각의 괴리를 좁힐 필요가 있습니다. 행복하니까 웃는 것도 맞지만, 웃으니까 행복한 것도 맞습니다. 연구들을 종합하면 웃기 때문에 오는 기쁨과 행복은 실제 행복의 거의 80퍼센트, 심지어 90퍼센트에 육박합니다.
지능이 높은 사람들이 우울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은 어느 정도 상관이 있지만, 지능 때문에 우울감을 겪는다는 것과는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상관관계지 인과관계가 아닙니다. 지능이 높거나 지적 수준이 좋은 사람일수록 더 많이 도전하고 우울감도 더 많이 경험하지만, 반면에 성취감도 더 잘 경험합니다. 우울감과 성취감은 동전의 양면입니다. 우울감도 잘 없고 성취감도 잘 없는 것보다는, 우울감도 자주 경험하고 성취감도 자주 경험하는 것이 더 좋은 인생입니다. 인생이 정말로 길어졌기 때문에 우울감도 성취감도 거의 경험하지 않는 지루한 인생은 너무나도 힘든 일이 됩니다.
주변에 우울한 분들이 계시다면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요? 그분들은 에너지가 있어도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분들입니다. 완전히 방전된 자동차가 아니라 어느 정도 전환과 연료를 가지고 있는데 시동이 안 걸리는 상태입니다. 시동 걸 때 횃불이나 엄청난 전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살짝 스파크가 필요합니다. 그 정도의 스파크가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입니다. 그 스파크가 되는 전원이 바로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입니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우울증이 심한 분에게 떡볶이 한 판을 사주면, 떡 200개가 담긴 거대한 떡볶이가 놓여 더 우울해집니다. 그 좋아하던 떡볶이마저 감당이 안 되는 더 큰 좌절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작은 컵에 떡볶이 세 개를 꽂아 주는 것입니다. 그분은 어이없어하고 '겨우 이거 사 온 거야?'라고 묻습니다. 어이없다는 감정은 우울증 환자에게서 절대 보이지 않는 행동입니다. 그리고 떡볶이를 호로록 원샷합니다. 이것도 우울증 환자에게서 절대 볼 수 없는 행동입니다. 심지어 '더 없어?'라고 묻습니다. 뇌는 이 순간 '나 이제 우울한 거 아닌가 보다. 오히려 탐욕스러운 사람인가 보다'라는 묘하고 재밌는 착각을 하며 물꼬를 틀어 빠져나옵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나의 두 번째 교과서 시즌2
https://www.youtube.com/watch?v=RZ-e2grkJ6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