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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혹은 직장 동료와의 갈등 속에서 우리는 종종 물러나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겉으로는 무심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버려짐에 대한 깊은 공포와 과거의 상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리플러스 연구소 박재현 소장은 회피형 애착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처절한 전략임을 강조하며, 이를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 글에서는 회피형 애착의 본질과 자존감 회복 방법, 직장 내 갈등 해결 전략, 그리고 외로움이 주는 긍정적 의미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회피형 애착

회피형 애착과 자존감 회복의 핵심 원리

회피형 애착은 현대 사회의 공감 피로와 개인의 과거 경험이 결합되어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핸드폰으로 수많은 사건 사고를 접하고, 타인의 아픔을 손쉽게 경험하게 됩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일일이 공감하며 살기에는 너무 피곤하기 때문에, 우리는 자연스럽게 감정적 거리 두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러한 공감 피로는 사회적 차원의 회피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개인적 차원에서 회피형 애착은 어린 시절 불안정한 애착 경험에서 비롯됩니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관계를 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없이 반복된 확실한 경험에 의한 판단입니다. "더 상처받기 전에"라는 내면의 목소리는 버려지거나 무시당하거나 외면당하는 거대한 공포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처절한 몸짓입니다. 가져보지 못한 사람이 연결을 얼마나 갈망하겠습니까. 그러나 갖고 싶은 마음만큼 팽팽한 다른 목소리는 "넌 갖지 못할 거야"라고 속삭입니다.

자존감과 자기 효능감은 회피형 애착과 깊은 상관관계를 가집니다. 자기 효능감은 내가 스스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이나 상태를 믿을 수 있는 정도를 의미합니다. 회피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키고 직면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경험이 적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싸움도 자꾸 싸워 봐야 잘 싸우듯이, 싸움 자체를 피하고 대화 자체를 거부하면 어떻게 불편함을 나눠야 되는지 알지 못합니다. 갈등 상황이 되면 물러나고 싶은 마음은 더 커지고, 회피적일수록 자기 효능감이나 자존감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자존감을 올리기 위해서는 직면과 시간이 되게 중요합니다. 박재현 소장은 매일 밤 잠들기 전 3분 정도 오늘 하루를 반추해 보는 의식을 제안합니다. 내가 뒤로 물러난 일이 있는가를 돌아보고, 다시 생각해도 이 물러남이 옳다면 괜찮지만, 내일은 말을 해봐야 되는 일이 있다면 한번 적어보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선명해지는 것들이 있기 때문에, 조금 멀리서 그때를 반추해 봤더니 이 일은 그냥 덮는 게 최선이었다면 그대로 덮고, 그 사람한테 가서 문제를 제기하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고 제안했어야 된다면 그때라도 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회피형 애착은 성격의 일부이며,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것이므로 연습하면 당연히 바뀔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갈등 해결과 자기 효능감 강화 전략

직장에서 함께 일을 하는데 대화가 어려운 순간은 대부분 "나 저 사람 참 싫어"라는 감정에서 시작됩니다. 저 사람이 너무 권위적이거나 부정적이거나 정치적이거나 감정적일 때, 우리는 싫어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 처참한 것은 싫은데 나보다 힘이 있고 매일 봐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회사 생활을 할 때 극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입니다.

박재현 소장은 직장 내 갈등 상황에서 첫 번째로 감정의 거리를 두는 것을 제안합니다. 저 사람이 지금 쏟아먹고 있는 저 말은 저 사람의 인격의 문제이지 나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는 내면의 대화가 중요합니다. 감정적으로 거리를 둔다는 것은 상사가 본인의 인품의 이슈든 아니면 어떤 일을 겪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 퍼붓고 있는 저 말은 저 사람의 불편한 마음을 저런 식으로 얘기하고 있는 것이지, 나에 대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을 이미지화해 보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부당함이 지나칠 때 건강한 대처를 해보는 것입니다. 상대방이 감정적으로 나올 때 똑같이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서로가 뚜껑이 열린 상태로 대화가 되기 때문에 문제 해결로 갈 수가 없습니다. 이럴 때는 "지금 그 말씀은 제가 이해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어떻게 되기를 바라시는 건지 원하는 말을 좀 해 주세요"라고 말해 보거나, "제가 조금 시간을 갖고 다시 오겠습니다"라고 한번 해보는 것입니다. 이것은 쉽지 않지만 싸우는 것보다는 나은 방법입니다.

세 번째는 관계망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요즘에는 사내 게시판이나 익명방 등 연대할 수 있는 방법들이 있고, 이 문제를 해결해 줄 직접적인 대상은 아니어도 감정은 해소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나의 애착 대상입니다. 파트너에게 오늘 있었던 힘든 일을 털어놓고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풀면 조금 풀립니다. 이러한 사회적 연대망을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은 현명한 회피 방법입니다. 이직을 하는 것도 중요한 방법이고, 그 사람을 옮기기 위해서 애를 써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이것이 정말 큰 이슈라고 생각하면 내가 부당한 대우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들을 통해 그 상황을 보내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편도체가 우리에게 지시하는 두 가지, 즉 파이트(fight)와 플라이트(flight) 중에서 싸움이 먼저라는 점입니다. 100번 천 번 생각해도 부당하다면 싸워 봐야 합니다. 퇴직을 하거나 이직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침묵하고 나와서 많이 후회합니다. "이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것은 부당했고 이것은 처우가 필요합니다"라는 말을 해볼 수 있어야 합니다.

팀장의 입장에서도 부하직원들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구조적인 문제를 관계적 차원에서 바라보고, 연대감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사 결정자는 세 가지 문장을 외우고 있어야 합니다. 첫 번째는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이것입니다", 두 번째는 "저에게는 이것이 중요하고 여러분에게는 무엇이 중요합니까?", 세 번째는 "우리는 이 욕구들을 돌보기 위해서 각자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입니다. 이 세 가지 질문은 누구도 비난하지 않으면서 중요한 것을 꺼내고 행동화할 수 있는 질문들입니다. 욕구를 찾는 것이 팀의 조율을 할 때 굉장히 중요하며, 욕구를 인식하지 못하면 우리가 자동적으로 생각하는 효율성만을 추구하게 됩니다.

외로움의 의미와 교정적 경험을 통한 성장

외로움은 인간의 실존적인 본질에 가까운 감정입니다. 애착이 좋았던 사람들에게도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배우자가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으며,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닙니다. 단단한 애착의 대상들이 주변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로울 때가 있다는 것은 외로움이 피할 수 없는 감정임을 의미합니다.

박재현 소장은 자신의 아들이 어릴 때의 경험을 통해 외로움의 의미를 설명합니다. 냉면 먹으러 가자고 했을 때 아이가 배부르다며 거절했고, 혼자 남은 아이는 게임을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여름날 밖에서 매미가 우는 소리를 들으며 너무 외로워져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전거를 타러 나갔습니다. 이 경험에서 외로움은 신호였습니다. 외로움은 누군가를 필요로 한다는 신호이며, 친구를 만났을 때 외로움은 채워지면서 사라졌습니다.

외로움이 주는 가치는 누군가와 연결된다는 것이 우리를 얼마나 충만하게 만들 수 있는가를 알려주는 아주 강력한 신호등이면서 중요한 가치와 연결시켜 줍니다. 외로워 보지를 않는다면 누군가의 소중함을 과연 알 수 있을까요? 외로움을 통해서 인간은 훨씬 수고할 수 있고 사색할 수 있으며, 누군가가 함께할 때 그 기쁨에 대해서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고 감사함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교정적 경험은 불안정한 애착을 가진 사람도 충분히 안정화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하와이의 한 섬에서 신생아 833명을 대상으로 40년의 종단 연구를 한 결과, 부모의 정신 상태 수준, 빈곤 여부, 가정환경, 교육 수준 등을 고려했을 때 건강한 어른으로 자라기 어렵겠다고 분류된 200명 중에서 약 70명의 아이들이 너무 잘 자랐습니다. 이들은 사회적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었고 풍요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있었으며 주관적인 행복과 안녕감이 아주 높았습니다. 원가정에서의 경험은 처절했지만 이 아이가 자라는 과정에서 교사의 경험, 친구의 경험, 한 사람의 경험이 이 70명의 안정적 기반을 만드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준 것입니다.

나머지 130명의 고위험군도 어른이 되어서 정말 안정적인 배우자를 만났거나 여러 가지 학습을 통해서 배움을 얻었을 때 점차 안정적인 삶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대화 훈련을 통해서 사람들이 내가 원하는 말을 할 수 있게 되면, 나를 비난하거나 저 사람을 공격하는 것보다 "5분만 시간을 내줘. 내 마음은 이랬고 내가 원했던 건 이거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출처 -지식인사이드